성태훈 개인전 '꽃비'(Flower Petal Rain) 미진플로어에서 개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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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태훈 개인전
꽃비(Flower Petal Rain)
미진플로어(서울시 마포구 동교로 미진빌딩 B1)
전시기간 2026.2.7(토) ~ 2.28(토)

이날 오픈식에는 왼쪽부터 김노암미술평론가, 김선곤미술평론가, 임완수아트인뱅크대표, 이건수미술평론가, 김종근미술평론가, 성태훈중앙대교수, 김달진미술자로박물관장, 노형석한겨레신문기자, 조진근전국립현대미술관학예실장이 참석했다. 제공 아트인뱅크
성태훈 작가의 개인전 꽃비(Flower Petal Rain)〉가 오는 2월 7일부터 28일까지 서울 마포구 동교로 미진플로어(미진빌딩 B1)에서 열린다. 이번 전시는 한국화의 전통적 필묵법을 기반으로 현대적 감각을 결합해온 작가가 ‘꽃비’라는 이미지로 기억과 역사, 치유의 감각을 풀어낸 신작 연작을 선보이는 자리다.
이번 평론을 맡은 김노암 미술평론가는 하늘에서 꽃이 비처럼 쏟아지는 풍경은 일상의 꽃가루가 흩날리는 장면과는 다른 비현실적 감흥을 자아낸다. 배창호 감독의 영화 〈꿈〉(1990) 속 초현실적 장면이나 일본 영화〈4월 이야기〉의 벚꽃이 뒤덮은 결혼식 장면을 연상시키듯, 성태훈의 화면 속 꽃비는 관람자를 특정한 기억과 감각의 시공간으로 이끈다. 이는 눈으로 인지하는 풍경을 넘어 정신과 영혼으로 마주하는 ‘시각의 향기’에 가깝다.
작품 속 꽃은 짧게 피고 지는 존재로서 탄생과 소멸의 찰나를 상징한다. 그 순간을 경험하는 일은 우주적 생명의 순환에 잠시 발을 들이는 행위와도 같다. 영화 〈꽃잎〉의 비극적 서사와 겹쳐지는 ‘꽃비’의 이미지는 개인의 기억과 집단적 상처를 동시에 환기하며, 화면 위에는 지워지지 않는 기억의 주름이 남는다. 꽃비는 모든 형상을 품는 동시에 안개처럼 흐릿하게 지워나가며, 기억과 망각의 경계에서 진동한다.
이번 연작에서 꽃비는 아래로 떨어지기만 하지 않는다. 위로 솟구치고 회오리치며 사방으로 분출되는 꽃잎들은 바람을 타고 자유롭게 춤춘다. 이는 인간의 꿈과 운명을 은유하는 이미지로, 상하좌우의 고정된 질서를 벗어난 자유로운 지향성을 획득한다. 화면 가득 흩날리는 꽃잎 사이로 배와 강, 산과 하늘의 풍경이 어렴풋이 드러나며, 그 너머의 삶과 존재를 암시한다.
성태훈 작가는 한국화의 전통을 계승하면서도 이를 동시대적 언어로 재해석해 독자적인 예술 세계를 구축해왔다. 작가를 대중과 평단에 각인시킨 ‘날아라 닭’ 시리즈에서 닭은 날지 못하는 새이자 생명의 가치를 쉽게 잊히는 존재로 등장한다. 작가는 비상 능력을 상실한 이 형상에 자신의 처지를 투사하며, 그림 속 닭들을 밤하늘과 매화나무 위로 날게 함으로써 불가능을 가능하게 하는 유토피아적 세계관과 희망의 메시지를 제시해왔다.
이후 그는 소멸 위기에 놓였던 전통 재료 ‘옻칠’을 현대 회화에 접목하는 실험을 이어왔다. 강한 독성과 까다로운 제작 과정을 동반하는 옻칠 작업은 화가에게 육체적 고통을 요구하는 수행적 행위에 가깝다. 이는 회화가 단순한 시각적 유희가 아니라 노동과 시간, 정성이 축적된 결과물임을 상기시키며, 물질성과 노동의 가치를 현대 한국화 안에서 새롭게 복원해냈다는 평가를 받는다.
서구 미술사의 관점에서 본다면 이번 작품들은 모네나 시슬레 등 인상파의 광학적 탐구나 모더니즘 추상 회화의 흐름과 겹쳐 보일 수 있다. 그러나 작가의 초기작을 함께 떠올릴 때, ‘꽃비’는 단순한 미적 풍경을 넘어선다. 9·11 테러와 전쟁의 폐허를 다뤘던 초기작 속 전투기와 미사일, 그리고 관객을 응시하던 소녀의 시선에는 폭력의 시대를 향한 비판적 역사 의식과 보편적 인류애가 담겨 있었다.
이러한 맥락에서 ‘꽃비’ 연작은 아름다움 이면에 서늘한 우울과 불편함을 동반하는 기억의 장치로 작동한다. 5·18 광주민주화운동의 상처를 환기시키는 영화 〈꽃잎〉의 이미지처럼, 세기말의 혼돈과 사회적 상처는 불투명한 꽃비의 이미지와 겹쳐진다. 작가는 현실 참여적 시선을 유지한 채, 이제 회화를 통해 공감과 위로의 언어를 건넨다.

꽃비(flower petal rain) 91x73cm 캔버스에 수묵아크릴 2025
다채로운 색채가 확산하며 만들어내는 복합적 화면은 실재를 가리는 베일이자, 그 사이를 비집고 나오는 진실의 통로다. 성태훈은 전통을 기반으로 한 일탈과 실험을 통해, 시각적 쾌감을 넘어선 묵직한 질문을 던지며 동시대 한국화의 새로운 방향을 모색하고 있다.
한편 성태훈 작가는 홍익대학교 동양화과 및 동 대학원을 졸업하고, 현재 성균관대학교 동양철학과 박사 과정을 수료 중이다. 독일 베를린 주독한국대사관 갤러리, 미국 LA ASTO Museum of Art, 프랑스 파리 베라암셀름갤러리, 중국 베이징 옌황미술관 등에서 개인전을 개최했으며, 2023년 세계일보 창간 34주년 세계미술전 ‘올해의 선정 작가’로 선정됐다. 2011년 조니워커 킵워킹펀드 대상 및 인기상을 수상했으며, 현재 중앙대학교 예술대학 한국화학과에 재직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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